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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정주행(한국)

한국드라마 추천 사의찬미 소개

by v_비비_v 2018. 12. 6.

사의찬미

SBS|6부작|2018.11.27~2018.12.04|연출 박수진|극본 조수진|출연 이종석, 신혜선, 김명수, 박선임, 김원해, 황영희, 고보결, 신재하, 이지훈, 정문성, 오의식, 이준이, 한은서, 이상엽, 장현성, 이철민, 김강현, 장혁진, 배해선 등

  가장 뜨거웠던 사랑은 가장 차가웠던 바다로 뛰어들었다. 조선의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관동)을 잇는 관부연락선 덕수환에서 두 남녀가 사라졌다. 바다 위에서 자취를 감춘 두 사람 중 하나는 수선이라는 이름으로 탑승한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또 하나는 수산이라는 이름으로 탑승한 천재 극작가 김우진이었다.

  사의찬미는 박수진 PD와 조수진 작가가 함께 했다. 박수진 PD는 오충환 PD와 함께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기획 이용석, 제작 정훈탁, 황기용, 극본 박혜련)>을 연출하면서 이종석과 인연이 닿았고, 이종석은 사의찬미에 무보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물론 결정적인 건 작품 자체겠지만.

  死의 讚美.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는 꽤 자주 다뤄진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사의 찬미>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 많다. 1926년 8월 세상에 공개된 윤심덕의 유고 음반 수록곡 < 死의 讚美(사의 찬미)>는 이오시스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에 가사를 붙여 부른 곡으로 윤심덕이 직접 가사를 썼다고 한다.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 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의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전체적으로 어두운 데다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하고 죽음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말하는 듯 하다. 이 때문인지 두 사람의 이야기와 사의 찬미라는 곡이 연결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1991년 작품인 동명의 영화 <사의 찬미(감독 김호선, 출연 장미희, 임성민 등)>,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이름으로 초연을 올려 2015년 삼연부터 <사의찬미>라는 이름으로 공연한 동명의 뮤지컬이 있으며, 이번 단막극까지 이 관계는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산(金水山)과 윤수선(尹水仙) 두 사람은 이렇게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름으로 배에 올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우진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 조국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답답함을 글로 표현했다. 이번 단막극은 두 사람의 주변 환경까지 담고 있는데, 김우진과 윤심덕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와 가정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유교라든가 전통적이라든가 하는 배경 속에서 보면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들이었다. 특히 김우진은 '개혁'이라는 단어가 바로 연결될 정도로 진보적 인물로 대표되기도 한다. 아래는 3부작의 영상 말미마다 띄운 김우진의 실제 작품 속 구절들이다.

 

나는 열렬히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주를 들었다. 이 악마의 포위 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마음의 안일을 준 것은 그녀였다. (1921년 11월 26일 일기, <마음의 자취>에서) /아버지, 저는 이 심장 속 회오리 바람으로써 처음으로 아들이라는 울타리를 뛰어 넘었습니다. (1926년 6월 21일 수상록, <출가>에서) /"당신은 지금 살고 있소?" "아니오, 그러나 死를 바라고 있소. 참으로 살려고." (1926년 5월 4일, 시<死와 生의 이론>에서)

 

  여담이지만 이번 단막극 사의찬미에 출연한 조명희 역의 정문성은 뮤지컬 <글루미데이>의 재연부터 삼연인 <사의찬미>에서 주인공 김우진 역을 맡아 호연을 보인 바 있다. 그래서인지 김우진이 아닌 조명희 정문성은 참으로 어색했다.

  1940년대를 살았던 소율과 연희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린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출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등)>에서는 연희 역의 천우희가 직접 부른 사의 찬미가 영화에 삽입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의 찬미라는 음악이 알려지게 됐다.

  마치며, 결국 그들의 관계는 불륜에 지나지 않는다. 김우진이 비록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략결혼 하기는 했으나 그가 행한 것은 외도였을 뿐이다. 예술을 위해서는 이러한 행위가 용인되는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둘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탈리아의 어딘가? 다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