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고도 긴, 영화

한국영화 추천 스윙키즈 소개

by v_비비_v 2018. 12. 14.

스윙키즈

Swing Kids, 2018

드라마|한국|133분|12세|감독 강형철|출연 디오(로기수 역), 자레드 그라임스(잭슨 역), 박혜수(양판래 역), 오정세(강병삼 역), 김민호(샤오팡 역), 로스 케틀(소장 역), Aj 시몬스(제이미 역), 송재룡(삼식 역), 이규성(만철 역), 이다윗(광국 역), 이율림(황기동 역), 김동건(로기진 역), 박진주(린다 역), 주해은(매화 역), 박형수(통역 역) 등

  둥둥둥 탁탁탁 둥두둥두둥 탁!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거제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새로 온 소장은 전쟁 포로들로 구성된 댄스단을 선보이려 한다. 수용소 최고 말썽꾸러기인 로기수, 먹고 살기 위해 린다를 따라 수용소에 방문한 양판래, 잃어버린 색시를 되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강병삼, 화려한 몸짓의 중공군 샤오팡,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출신의 잭슨까지 한 팀이 되어 공연을 준비한다.

* 뮤지컬 로기수와의 비교가 많습니다.

  스윙키즈(Swing Kids) 흑인 미군 하사 잭슨이 자신과 함께 춤을 췄던 기수, 판래, 병삼, 샤오팡을 단원으로 한 댄스단에 지어준 이름이다. 스윙(Swing)이라는 단어 자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고, 20세기 초반에 미국에서 성행한 음악과 춤의 형태이기도 하다. 잭슨은 단원들을 꼬마(Kid)라고 불렀고 그들이 모여 춤을 추니 스윙키즈였다.

  절묘하다. 스윙키즈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날카롭고 격하게 맞선 한국전쟁 당시의 이야기다. 전쟁이라는 환경 안에서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춤으로 하나가 된다는 이 이야기는 자칫 잘못 그리면 흔한 모습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어딘가 새롭게, 자연스럽게 잘 빚어낸다. 그리고 이 탄탄함에는 원작이 있다. 2015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재연 후 자취를 감춘(...) 순수 한국 창작 뮤지컬 '로기수'다. 그래서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다.

  뮤지컬과 비교하면 로기수는 로기수, 잭슨은 프랜, 양판래는 민복심, 강병삼은 황구판, 샤오팡은 이화룡, 린다는 장개순, 소장은 돗드 소장, 로기진은 로기진을 대신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원작에서 정보통이었던 배철식은 만철이려나. 뮤지컬 로기수가 형제인 기수와 기진 둘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이념 갈등을 보여주고, 꿈을 좇았던 복심을 비롯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했다면, 스윙키즈는 기수를 가장 크게 내세우며, 잭슨의 비중도 크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인물들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두드러진다고 생각한 것이 로기수와 양판래, 로기진이다. 스윙키즈 속 기수는 수용소 내의 사고뭉치로 유명할 정도다. 소극적인 원작의 기수와는 다른 모습이라 스윙키즈 속 기수가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두 기수 모두 탭댄스를 만난 뒤 느끼는 마음과 혼란스러움은 같은 점이다.
  양판래는 돈이 필요한 인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가능한 4개 국어 능통자다. 양판래는 민복심과 비교하면 속물이랄까, 그렇다고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복심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 중에는 '꿈을 버리면 너도 없다. 하루를 살아도 꿈꾸며 살아.'라는 부분이 있을 정도이니 판래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로기진이 있다. 그래서 스윙키즈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광국이다. 이념이 극에 달하는 인물로 스윙키즈가 어떤 시대적 배경에 있는지 계속 알려준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기진도 같은 기진이었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누구 하나 대충 볼 수 없다.

  빌어먹을 이념 따위! 춤을 주제로 하다 보니 연기 뿐 아니라 춤과 노래도 소홀할 수 없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많이 신경 쓴 듯 보인다. 특히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비틀스의 정식 승인을 받아 영화 삽입곡으로 비틀스의 노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또 다른 관심을 받기도 했다. 'Free As A Bird' 이념 다툼에 고통받던 그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했던 '자유'. 단조로운 구성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춤으로 대결을 시키기도 하고 탭댄스라는 외국 움직임에 우리 가요를 붙여 쌈박한 연출을 보인다.

  쉴 새 없이 춤춘다. 타닥타닥 마찰음은 계속되고 스윙을 비롯한 다채로운 음악과 땀비 내리는 춤 장면은 보는 이의 흥을 돋운다. 지치도록, 미치도록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그 안에서 그들의 사연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잊을 만하면 뒤통수가 싸해진다. 그래, 저들은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있다.
  스윙키즈의 춤 선생이자 리더인 잭슨 역의 자레드 그라임스는 실제로 브로드웨이의 춤꾼이다. 완성도 높은 탭댄스를 선보이니 만족도가 상승한다. 여기에 도경수와 박혜수, 오정세와 김민호가 유쾌하고 절도 있는 군무를 보여주니 더욱 흥겹다.

  아쉬운 점도 있다. 원작이 잘 만든 감동을 기대하고 보니 영화의 새로움과 동시에 헛헛하다는 생각도 따른다.

  뮤지컬 로기수도 영화 스윙키즈도 겨울에, 크리스마스 쯤 보기 딱 좋다. 가장 화려할 날.